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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에서 겪었던 이야기 7 윤주영 조회수 : 750
민간위탁이라는 용어를 들어보셨나요? 익숙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말 그대로 지방자치단체에서 민간분야에 일정한 행정사무를 위탁하는 것입니다.
 
2010년 여름, 부천시장 인수위원회 소속으로 재정분야 개선과제를 점검하던 중 부천시가 지출하는 민간위탁사업비가 연간 일천억 원이 넘는다는 것을, 예산 대비 비중이 10%를 훌쩍 초과해서 전국 평균을 훨씬 상회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왜 그러한지 궁금했습니다.
 
민간위탁은 각 분야 행정수요의 충족을 위하여 민간의 역량을 활용하는 것입니다. 행정사무의 위탁과 함께 대부분 이에 활용될 시설의 위탁도 동시에 이루어집니다. 당연히 필요한 일이고 행정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제고하는 데 크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비효율과 특혜가 포함될 경우 곧바로 재정낭비로 혹은 不定으로도 연결될 수 있습니다. 부천시의 민간위탁사업비 비중이 크다는 점에 주목하게 되었습니다.
 
그저 궁금해만하다가, 감사관으로 근무하게 되면서 민간위탁사무에 대한 구체적인 점검을 시작했습니다. 실상을 파악하고 고쳐야 할 점들은 무엇인지 확인하고자 했습니다. 당시에 관심을 가졌던 주요 주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사무를 위탁받게 되는 자, 즉 수탁자의 선정절차는 분야별로 적절하게 표준화되어 있는지 확인했습니다. 담당부서 또는 위탁의 시기에 따라 제각각은 아닌지, 불공정의 씨앗이 숨어있는 건 아닌지 살펴봤습니다.
 
둘째. 위탁사업비의 산정이 객관적이고 투명한 기준에 따라 이루어지는지 검토했습니다. 사업비는 관련법규는 물론이고 예정된 사업계획 내지 사업량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인 방법으로 산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예산낭비가 예방됩니다.
 
셋째. 수탁자가 준수해야 할 의무사항이 충분하게 설계 및 공표되어 있어서 혹시나 발생할 수 있는 도덕적 해이나 소극적 업무추진을 방지할 수 있는지 살폈습니다.
 
넷째. 위탁사무 수행에 대한 공정한 성과평가 제도는 존재하는지 확인했습니다. 잘하는 곳에는 보상을 주고, 그렇지 못한 곳에는 개선을 요구할 수 있는 객관적 기준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점검 결과 여러 가지 개선과제들이 도출됐습니다. 부천시 내부의 업무프로세스의 변경 및 신설이 필요했고 조례 등의 개정이 요구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수탁자 등 이해관계를 가진 이들의 오해와 반발도 불러왔습니다. 부천시 공무원들을 포함해서 개선과 변화의 과정에서 고생하신 분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다양한 기억들이 남아있습니다. 오랜 세월 무풍지대에 놓여있던 분야를 점검하다가 심적 갈등과 곤란에 처한 적도 있습니다. 뛰어넘기 버거운 견고한 벽을 마주했을 때는 권한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세상은 요지경 같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했습니다. 지인에게 원망을 들은 적도 사람을 미워한 적도 있습니다.
 
행정수요는 충분하게 충족되어야 하고, 민간의 역량은 적절하게 활용되어야 합니다. 민간위탁의 과정에서 소중한 세금이 관행적으로 낭비되거나 일부에게만 집중되지도 말아야 합니다. 아울러 원칙의 틀에 갇혀 자율성과 창의성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것도 경계해야 합니다.
 
그래서 민간위탁사무 전반에 대한 표준화, 객관화, 투명화가 중요합니다. 주기적으로 개선이 반복되어야 합니다. 권한을 가진 이들이 바뀌고 정치적, 행정적 환경이 변화되어도 과거로 회귀해서는 안 됩니다. 지속적인 점검과 관심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부천시에는 민간위탁시설이 무척 많습니다. 길을 지나다 마주하면 반갑습니다. 이런저런 장면들도 새삼 떠오릅니다. 유익했던 경험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