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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에서 겪었던 이야기 4 윤주영 조회수 : 639
재래식 화장실에 익숙했습니다. 약대초등학교도 그랬고 부천북중도 우리 때는 재래식이었습니다. 부천고에 입학해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졸업하기 전에야 겨우 수세식 화장실을 만났습니다.
 
이십대 중반부터는 부천의 중심에 생긴 중앙공원에 종종 놀러갔습니다. 친구들과 늦게까지 시간을 보내기도 했고 데이트도 해봤습니다. 해가 갈수록 공원의 정취가 깊어져서 좋았습니다. 그런데 화장실은 꽤 심란했습니다.
 
시청에 근무하던 어느 날, 문득 부천시 공원 화장실의 상태들을 확인하고 싶어졌습니다. 미리 알리고 점검하는 것은 당연히 의미가 없었습니다.
 
동료 두 명과 함께 직접 중앙공원부터 살폈습니다. 상동호수공원에도 갔습니다. 아예 작정을 하고 며칠에 걸쳐 부천시 관내 작은 공원들까지 눈으로 확인을 했습니다. 다리가 제법 아프고 땀도 많이 났습니다.
 
기대에 미치지 못했습니다. 걱정스런 모습들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당시의 관련부서 등에 개선을 요청하니 인력과 예산 부족 이야기부터 나옵니다. 마음이 꽤 답답했습니다. 계속해서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다부지게 밀어붙였습니다.
 
직접 업무를 담당하는 분들의 관심과 노력이 더해지면서 점차 개선이 되었습니다. 여세를 몰아서 아름다운 화장실 경연에서 부천시가 큰상을 받았다는 반가운 소식도 들려왔습니다. 원망섞인 시선을 느껴가면서 발품을 팔았던 보람이 있었습니다.
 
감사부서 업무에 『시민생활과 밀접한 시설에 대한 점검』을 정례화 시켰습니다. 버스를 타면서, 운전을 하면서, 길을 걸으면서, 쓰레기를 버리면서, 공원을 다니면서 시민들이 불편함을 느끼는 일이 줄어들기를 바랐습니다.
 
공원에 가고 버스를 타고 길을 걷다 보면 그때의 기억들이 찾아옵니다. 요즘은 어떠한지 둘러도 보게 됩니다. 때로는 참 오지랖이 넓다는 생각에 웃게도 됩니다.
 
창의적인 정책을 마련해서 이행하고, 도시 인프라를 규모 있게 확대하는 건 중요합니다. 하지만 정작 張三李四들의 마음을 더 흡족하게 하는 건, 그들 일상의 불편함을 세심하게 헤아리는 노력입니다. 모두가 아는 사실이지만 기대만큼 실천되지는 않습니다.
 
약대초에 다닐 때, 재래식 화장실 청소를 자주했습니다. 벌을 대신하기도 했지만 유독 우리 반이 많이 했습니다. 얼마 전에 가봤더니 그 자리는 단정한 주차장으로 변했습니다. 그것도 애틋했습니다. 이 정도면 多情도 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