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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에서 겪었던 이야기 2 윤주영 조회수 : 193
발언대에 선 야당의 시의원은 작심을 한 듯 시장의 인사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습니다. 시의회 본회의장 안에 그의 목소리가 쩡쩡 울려댔습니다.
 
나에 대한 이야기도 꺼냈습니다. “시장은 공인회계사를 감사관으로 임명했습니다. 회계는 경험이 있겠지만 행정은 전혀 알지 못하는 사람을 말입니다. 반쪽짜리 감사관입니다!!”
 
발언대 근처에 앉아 있던 나를 매서운 눈으로 응시하기도 했습니다. 내심 당황을 했지만 나도 그와의 눈싸움을 피하지는 않았습니다. 지고 싶지 않았습니다. 감사관으로 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입니다.
 
국회에 대정부질문이 있다면, 지방의회에는 시정질문이 있습니다. 지역구별로 시민을 대표하는 시의원들은 市政에 대해서 시장에게 질문을 할 수 있습니다. 특히 시장과 소속 정당을 달리하는 시의원들의 질문이 매섭고 잦은 편입니다.
 
시의회가 열리고 시의원들의 시정질문이 있으면 시장은 답변을 준비하는데 답변의 초안은 담당 부서에서 작성합니다. 답변이 곤란하거나 여러 부서에 공통으로 관련되는 경우 답변 업무를 서로 양보(?)하는 광경이 연출되기도 합니다.
 
답변이 이행되고 이에 대한 보충질문 과정에서 시의원과 시장 간의 설전이 벌어지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말솜씨만으로 행정가나 정치인의 자질을 단정할 수는 없겠지만, 경험과 지식 그리고 성품에 대한 평가의 척도가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6년 넘게 시의회에 출석하면서 훌륭하신 분도 여럿, 그렇지 않은 분도 여럿 봤습니다.
 
질문의 내용에 행정의 영역 모두가 망라됨은 물론 때로는 정치에 관한 부분까지 포함됩니다. 부천시 행정의 역사를 되짚어 보거나 관련된 인물들의 공과를 평가하고 싶다면, 시정질문과 답변의 기록도 훌륭한 자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반쪽짜리라는 평가에 많이 불쾌했습니다. 체중이 세자릿수를 넘나들던 시절이었습니다. 반쪽이라는 말에 동의하기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아주 틀린 얘기도 아니었습니다. 나는 행정 경험이 부족한 게 사실이었습니다.
 
시늉만을 하며 대강 임기를 채웠다가는 나는 물론 여러 사람들이 망신을 당할 게 분명했습니다. 오기와 승부욕이 찾아왔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를 하며 현장을 살폈고 때로는 진지한 고민도 하며 분주하게 지냈습니다. 6년 반이 순식간에 지나갔습니다.
 
세월이 흘러 임기를 마칠 때, 완전한 한쪽은 아니었겠지만 반쪽의 꼬리표는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행정의 이모저모를 두루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부천시가 청렴도시의 반열에 오르는데 힘을 보탰다는 평생 잊지 못할 큰 보람도 남았습니다.
 
반쪽이라는 단어로, 나의 부족함을 일깨워주셨던 그분의 건승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