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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시청에서 겪었던 이야기 1 윤주영 조회수 : 225
감사관 근무를 시작하고 한 달이 지난 2010년 11월입니다. 맡겨진 책임에 비해 내 역량이 부족함을 느껴 이렇게 저렇게 동분서주하던 때입니다.
 
시민으로부터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본인이 시청에 낸 세금이 부당하게 산정되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하루에도 수십 건씩 제기되는 민원들 중의 하나였지만, 원래의 내 직업과 관련된 세금 분야였기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습니다.
 
상세한 내용을 밝힐 수는 없지만, 민원인의 주장에 일리가 있었습니다. 세법이 현실의 변화를 제 때 반영하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분의 억울한 마음에도 공감이 갔습니다. 억울함을 표현하는 방식이 과도해서 꽤 곤혹스럽고 화도 나기는 했습니다만.
 
그러나 특례 규정에 따른 약간의 세금 환급만 가능할 뿐 그분의 주장 모두를 수용할 수는 없었습니다. 당시의 법규에 따른 적법한 세금부과였기 때문입니다.
 
상세히 설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원인의 거센 항의를 받았습니다. 게다가, 문제가 발견되었으니 적극적으로 개선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내 요청을 받고, 관련부서 공무원 중 일부는 나를 원망하는 눈치였습니다. 마음이 영 불편하고 답답했습니다.
 
아무튼 민원은 종결이 됐습니다. 입법 권한을 가진 중앙부처에 건의도 했습니다. 민원처리 과정에서 마음고생이 심했던 부서 동료에게 덕담도 건넸습니다. 그러나 그 일이, 훗날 끊임없이 이어졌던 어려운 민원들의 시작에 불과했음을 그 때는 몰랐습니다.
 
어느 날에는, 노기 가득한 어떤 분의 주장을 확인하러, 먼지를 들이마시며 늦은 밤까지 쓰레기 야적장을 뒤져서 폐타이어를 찾아내고는, 시청 앞 고깃집에서 홀가분하게 삼겹살을 먹기도 했습니다. 꿀맛이었습니다.
 
법을 만들고 적용하는데 책임과 권한이 있는 분들은 더 노력해야 합니다.
 
현실을 미처 반영하지 못한 법규 앞에서 분노와 절망 사이를 오가고 있을 시민들을 위해서, 수시로 찾아오는 드센 민원인 앞에서 진땀을 흘리고 있을 공직자들을 위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