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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회계감사 제도의 현실 윤주영 조회수 : 59
#1. 갓 사무실을 개업한 탓에 업무를 의뢰받으면 기쁜 마음으로 어디든 달려가던 37살 때입니다. 남녘 어느 도시에 있는 아파트의 회계감사를 맡았습니다. 보수는 작았지만 열심히 했습니다. 그런데 알뜰장터 등 임대 수익금이 엉뚱하게 쓰이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어 세밀하게 확인을 하려했던 나는, 아파트 부녀회장에게 멱살을 잡혔습니다. 그분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사람이 생사람 잡네”
 
입주자 대표회장에게 확인해야 할 사항을 전달한 후 자리를 박차고 그곳을 떠났습니다. 다섯 시간을 달려 집에 도착했는데 알뜰장터가 열리고 있었습니다. 기분이 묘했습니다. ^^
 
 
#2. 다음 해에는 부천의 모 대단지 아파트 회계감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생 때 학원을 개업한 선배를 돕는다고 전단지를 돌렸던 곳이라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그런데 또 순조롭지 못했습니다. 공사비 등이 지출되는 곳이 입대회장의 회사였습니다. 게다가 장기수선충당금 잔액에 맞게 은행에 안전하게 예치되어 있어야 할 돈이 엉뚱하게 쓰이고 있었습니다.
 
정중하게 개선을 요구했습니다. 다행히도 받아들여졌습니다. 큰 도움을 받았다며 덕담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다음 해부터는 업무가 의뢰되지 않았습니다. 아마도 내가 불편했나 봅니다. 보수가 꽤 높았던 곳이지만 오히려 잘 됐다 싶었습니다.
 
 
#3. 그간의 노력으로 지금은 위와 같은 일들은 흔치않을 겁니다. 그러나 아직 갈 길이 멉니다. 현행 회계감사 제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일정요건에 해당하는 경우, 입대회의가 아닌 지방자치단체가 직접 회계감사인을 선임해야 합니다. 회계감사 비용을 지원하면 더 좋습니다. 그래야 감사인들이 멱살 잡힐 걱정, 계속 계약을 하고 싶은 욕심에서 벗어나 더 공정하게 업무를 수행할 수 있습니다.
 
멱살을 잡히고 분을 삭이며 돌아오던 때부터 했던 생각입니다. 그간 비슷한 시도들이 있어 왔습니다만 실효성은 별로 없었습니다.
 
부천시부터 먼저 시행의 물꼬를 텄으면 좋겠습니다. 일부의 반발과 법적근거 마련 등의 어려움이 따르겠지만 그래야만 아파트 관리비 운영의 투명성이 확실하게 개선됩니다. 현직 공인회계사로서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1층 우편함에 있는 관리비명세서를 가져왔습니다.
생각난 김에 좀 살펴봐야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