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나눔

지방재정의 구멍은 여전합니다. 윤주영 조회수 : 469
국세청과의 외롭고 지난한 투쟁(^^)을 거쳐, 부천시가 잘못 냈던 부가가치세를 백억 원 넘게 돌려받은 일. 부천시 재정을 튼실하게 할 게 무엇일까 고민하던 시기의 큰 보람 중 하나입니다.
 
수년에 걸쳐 동료들과 참 열심히 일했고, 골리앗과의 싸움에서 승리할 때마다 얻은 성취감도 컸습니다. 지자체 공무원이 세법을 뭘 알아, 라는 표정으로 홀대하던 조세심판원 상임심판관, 부천시 주장을 수용하면 큰일 난다고 재판장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호소하던 국세청 소송담당 공무원의 모습은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좋은 기억만 있는 건 아닙니다. 공직 내외부의 이런저런 오해와 구설에도 시달려야 했습니다. 내가 하는 말의 반 이상은 뻥이라는 둥, 별것도 아닌 걸 포장해서 생색을 내려고 한다는 둥 억울한 소리를 듣기도 했고, 업무가 어렵게 진행될 때는 무관심했던 사람들이 막상 결과가 좋게 나오자 너도나도 밥상에 숟가락을 얹어 놓기도 했습니다.
 
민간으로 돌아온 지 4년. 그간 부가가치세 환급업무와 관련해서 여러 군데의 지자체와 접촉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부천시 사례가 전국으로 전파되어서 꽤 개선이 된 걸로 알고 있었는데 현실은 기대와 달랐습니다. 개선은커녕 본인들 곳간에 구멍이 뻥 뚫려 있는 것도 제대로 알고 있지 못한 듯합니다.
 
더 안타까운 건 이런 문제를 대하는 일부 공무원들의 자세입니다. 오류를 바로잡고 개선을 도모해서 재정을 확충하려 하지 않고, 잘못을 감추고 복잡한 업무는 차단하며 논쟁은 회피하려 합니다. 왜 그러는지 짐작은 하지만, 많이 답답한 마음에 세 달을 끊은 담배를 다시 입에 댈 뻔했습니다.
 
제 경험으로는 능력이 우수하고 성실한 공무원들은 참 많습니다. 불의를 참지 못하고 잘못된 걸 바꾸어보려는 이들도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들의 마음을 제대로 움직여서 말 그대로 적극행정을 할 수 있게 하는 건, 그 조직 최고 리더의 무한한 관심과 의지입니다.
 
외부에서 공무원의 복지부동이나 소극행정에 대한 볼멘소리가 들려온다면, 층층을 거쳐 올라오는 보고서나 귀에 익은 측근의 판에 박힌 설명은 옆으로 제쳐두고, 리더가 직접 현장 담당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어봐야 합니다. 왜 개선과 변화를 주저하는지, 무엇을 바꿔주면 적극행정에 임할 수 있는지, 어떤 책임을 지게 될까 두려운 것인지..
 
그리고 필요한 일이고 해야 할 일이라면 과감히 나서라 설령 잘못되면 모든 책임은 내가 질 테니, 라고 단호하게 말해 주어야 합니다.
 
친절하게 공감하며 책임도 확실하게 져주는 리더 만큼 믿음직한 상사가 있을까요?
 
그나저나, 부천시의 부가가치세 환급업무는 개선하고 바꿔놓은 대로 잘 진행되고 있겠지요? 걱정도 팔자인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