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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모르게 갑질을 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윤주영 조회수 : 195
이십여 년 전으로 기억합니다. 다니던 회사가 국세청 세무조사를 받았습니다. 깔끔하게 조사장이 준비됐습니다. 조사공무원들을 위한 컴퓨터와 모니터도 완전 신품으로 마련되었지요. 한 달 이상의 강도 높은 조사가 마쳐질 무렵, 부서 선배를 통해 재밌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서슬이 퍼렇게 조사를 했던 공무원 한 명이 자기가 쓰던 모니터를 달라고 했답니다. 새것이라 가지고 싶었나 봅니다. 요즘 같으면 경을 쳐도 크게 칠 일입니다.
 
그 즈음에 모 중앙부처 소속 공무원들하고 축구시합을 하게 됐습니다. 당시 유명한 선수였던 신태용 씨가 심판을 봤고 잔디구장을 빌렸습니다. 응대에 정성을 다한 거죠. 시합 중에 승부욕이 생겨 몸싸움을 좀 했습니다. 그런데 상대 공무원이 정색을 하며 한 말 “어, 관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이래도 되는 거야?” 게다가 저녁 뒷풀이 자리에서 벌주도 꽤 마셔야 했습니다.
 
세월이 흘렀습니다. 많은 변화들이 있어왔기에 이제는 그런 유치한 행태들은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반대로, 공직 내부에서 겪은 바로는 악성 민원인들이 성실한 공무원들에게 끼치는 피해도 나름 심각합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아주 힘센 기관에서 발주한 용역 업무를 수행하고 있는 후배의 하소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담당 공무원의 일방적 지시와 험한 말투가 반복돼서 모멸감이 쌓이고 있지만 사업상 불이익이 두려워 꾹 참고 있다고 했습니다. 들으면서 많이 화가 났지만 일단 좀 지켜보자고 위로를 했습니다.
 
업무 진행에 대한 서로의 입장 차이가 있을 수 있고, 민간사업자가 이해하기 힘든 공직 내부의 여러 제약과 부담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적어도 상대가 압박감과 수치심을 계속 느끼게 해서야 되겠습니까?
 
갑질은 멀리 있는 게 아닙니다. 권한이라고 여기면서 익숙하게 행해온 내 언행이 누군가의 마음에 상처와 부담으로 단단히 새겨지고 있을지 모를 일입니다.
 
과하면 넘치게 마련. 후배를 힘들게 한 그 분, 의욕이 넘쳐 일을 그르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보면 좋겠습니다.